당신의 뒷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봅니다

뒷모습


저희는 언제나 당신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기다리고 있습니다. 모니터 앞에 앉아있는 당신은 언제나 알수 없는 미소를 짓고 계시네요. 때론 당신의 의중을 먼저 눈치채지 못하는 저희가 한심스럽습니다. 저희들의 실수에 미간을 찌뿌리는 모습을 볼 때, 한없는 부끄럼만 느낍니다. 그때 그 장면을 왜 그렇게 찍으셨는지 이제야 알았네요. 당신이 제일 무서운 순간은 아무말없이 그저 침묵만 하실때입니다.그럴때 속으론 차라리 화를 내주세요 라며 외치고 싶습니다. 딱 반보만 내다보는 저희들에 비해 당신은 몇보넘어서 생각하고 말씀하십니다. 모든 작업이 끝나고 관객의 입장에 섰을때 저희는 깨닫습니다.우리가 우리의 짧디 짧은 생각으로 당신을 함부로 재단했음을...


당신은 신이 되고 싶은건가요? 아..오해는 하지 마세요. 종교에서 말하는 유일의 하나님을 뜻하는게 아닙니다. 속새의 우리가 믿는 신이란 개념을 벗어나 시공간을 구현하는 창조자의 능력에 대해 말하는 것입니다. 극장 안 스크린에 비추어진 영화속 세계는 당신의 의지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녹아들어 있습니다. 인물의 시선과 동작속에 비춰지는 그들의 욕망, 펼쳐지는 사건들, 모두 당신의 손으로 그립니다. 배우라는 붓을 잡고 카메라라는 캔버스에 손길을 놀리면 여백의 스크린에 모든 것이 채워집니다. 관객은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지만 이내 곧 빠져 들어버립니다. 우리를 울리고 웃기고 고통스러워하게 하며 놀랍게 만듭니다. 당신의 손으로 마음을 쥐락 펴락 합니다. 그리고 영화는 끝납니다. 크레딧이 올라갈 때 당신이 사람이라는 사실을 간과하게 만듭니다.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불멸’을 의미합니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감독은 죽어서 영화를 남깁니다. 관객들이 “돈만 날렸네”라고 티켓을 찢고 투자자가 “돈만날렸네” 멱살을 잡히더라도 당신의 영화는 ‘불멸(不滅) 합니다. 언젠가(그날이 오지 않기를 바라지만)우리들에게 정말 견디기 힘든 순간이 올것입니다. 세상에 나왔으면 돌아가는 것이 순리이고 남아있는 자들은 아직 주어진 삶을 살아야 하지만 세상사람들은 당신이 이 세상에서 남긴 흔적을 다시금 찾아볼것입니다. 그 영화는 곧 당신이니까요. 그 영화는 소년이었던 아이를 남자로 변모시킬것이고 또는 우리들의 세계로 올수있도록 결심하게 만들것입니다.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당면과제를 어떻게 해결할수있는가와 동의어입니다. 배우의 시간펑크, 스텝들의 부상, 제작비의 부족 막내들의 밧데리 미충전까지. 당신에겐 시간도 돈도 사람도 부족합니다. 당신은 글만 쓰는 작가가 아닙니다. 머릿속의 생각은 얼마든지 부풀리고 완결성있게 마무리 지을수 있습니다. 충분한 담배만 공급된다면 시나리오는 어느덧 탈고됩니다.


하지만 당신이 서있는 ‘이곳’은 현장입니다. 글로 묘사한 장면을 영화로 옮기는 작업은 선택된 자 만이 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지시를 기다리는 수십명의 스텝들은 기다리고 기다립니다. 자칫 흔들리기 시작하면 모두들 길을 잃어 갈팡지팡합니다. 그땐 밀어붙여 당신의 의지를 관철시키세요. 저희는 언제나 동참할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당신의 일은 다른 누군가를 끊입없이 설득하는 작업의 연속입니다. 한정된 재원 속에 남겨지는 최선의선택(이라 믿고싶은)만이 남습니다. 밀어붙여야 하나,타협해야 하나 아님 재촬영인가.... 여기서 저기서 당신을 쪼아대고 압박합니다. 시간은 부족하고 끊입없이 이어지는 질문들. 분명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하지만 무시하셔도 됩니다. 저희는 말없이 당신을 지지합니다.


숏(shot)과 숏의 연결, 씬(scene)과 씬의 연결. 비로소 영화는 편집의 단계에서 피어납니다. 수많은 이미지와 사운드의 조각을 당신은 한땀 한땀 기워냅니다. 극장에서 당신의 영화를 조우하게 되는 순간 모든 오해와 갈등은 불식됩니다. 당신은 영화를 통해 사람들에게 말을 건네고 보이지 않는 세계를 보여줍니다. 저희는 결심합니다. 다시금 당신의 창조작업에 동참하고 싶음을.


다시 한번 당신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액션”이라 외치는 순간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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