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준의 신드롬필름]

[오피니언타임스=신영준]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12주전 몸에 이상한 것들이 나기 시작했다. 피부에 붉고 작은 두드러기들이 생기더니 며칠 지나면서 잠을 자다 참을 수 없는 간지럼에 이불을 제치고 화장실로 달려가 거울로 온몸을 확인하며 짜증을 냈다. 2주일간은 내일이면 괜찮겠지 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하지만 3주가 넘어가며 도저히 그 근질거림을 버틸 수 없었다. 결국 출근 전 피부과에 들러 급성두드러기라는 진단을 받고 약을 처방받았다. 약을 먹은 지 이틀 만에 그것들이 마술같이 사라졌다. 그날도 여느 때와 같이 늦은 시간에 일을 마쳐 친구들과 고기를 뜯고 술잔을 기울이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웬걸? 다음날 붉은 두드러기들이 더 크고 넓게 더 강력한 간지럼으로 되돌아왔다. 의사가 술과 기름진 음식을 피하라고 했지만 의사들이 으레 하는 얘기겠지 하며 넘겼었다. 어쩔 수 없이 다시 병원을 방문했다. 이번에는 정말 술은 안 먹어야지. 그렇게 2주간 술을 끊었지만 두드러기는 당최 나아지지를 않았다. 두드러기 치료에 사용되는 약이 아주 독한지 복용 1주일이 넘어가니 속이 쓰리고 소화가 안 되면서 급체한 듯 목구멍이 답답했다. 그제야 갑자기 두려워졌다. 평생 이걸 달고 사는 건 아닐까?

©픽사베이

인터넷을 뒤져 두드러기의 원인과 치료방법에 대해 찾으면 찾을수록 내 표정을 어두워졌다. 대부분의 원인은 정확히 알 수 없으며 치료는 짧게는 한 달 길게는 2~3년을 가는 경우도 있다. 충격적인 이야기에 두드러기치료를 잘한다는 한의원에 방문했다. 한의원에서 들은 바 내 생활 습관을 봤을 때 과로, 극심한 스트레스, 잦은 음주로 인한 면역력 결핍과 장 기능 저하로 발생한단다. 하지만 인정하기 힘들었다. 이렇게 산지 적어도 2년은 넘었고 나보다 더한 과로와 스트레스 음주에 시달리는 분들도 많을 텐데 하필 나만? 그래도 너무나 힘들기 때문에 한의사의 말을 믿기로 했다.

그렇게 나는 강제로 채식주의자가 되었다. 채식주의자 중에서도 제일 강력한 등급의 ‘비건(Vegan)’이 됐다. 일체의 육류, 계란, 우유 심지어 밀가루까지 금지되었고 소화가 잘되는 음식, 무, 두부 그리고 김치, 된장 같은 것들이 나의 주식이 되었다. 게다가 저녁 8시 이후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아야 했다. 솔직히 의사 말을 듣고 저렇게 살면 두드러기가 아니라 모든 병이 다 낫겠다 싶었지만 그만 투덜대고 한번 열심히 따라 보기로 했다. 처음에는 별로 불편하지 않았지만 일주일이 지나자 먹을 것이 없었다. 한정된 재료로 전문 요리사도 아닌 내가 할 수 있는 건 몇 가지 없었기 때문이다. 집안에 굴러다니는 과자도 먹고 싶고 햄버거, 피자, 삼겹살 같은 것들이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다. 원인을 알아도 내가 살아오던 삶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신념에 의해 채식주의를 선언한 이들에 대해 존경심이 생겼다. 생명을 존중하기에 그것들을 섭취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모든 폭력을 거부하는 이들. 난 그런 고귀한 신념이 아니라 날 괴롭히는 짜증나는 급성두드러기 때문에 강제되어졌지만 그들은 온전히 자신의 의지로 결정한 것이다. 어쩌면 그들도 생명을 섭취하기 위해 행해지는 폭력을 떠올리면 나처럼 참을 수 없는 간지럼에 잠을 뒤척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비슷한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나는 정말로 강력하게 육류를 원한다.

내 주변의 반응도 꽤나 재밌고 생각해 볼만했다. “내가 몸이 아파서 당분간 채식만 하게 되었어”라고 말하면 “그래 건강 생각해야지. 괴롭겠다. 채식이 몸에 좋데. 잘됐네”와 같은 공감과 응원의 반응이 일반적이었다. 근데 만약 “나는 모든 폭력을 거부하기 때문에 채식주의자가 되기로 했어!”라고 말한다면? 아마 듣는 이가 채식주의자가 아니라면 불편할 수도 있는 말이었을 것이다. 속으로는 유난을 떤다 생각하는 이도 있었을 것 같다.

“그럼 고기를 먹는 나는 폭력적인 사람이란거야?”

물론 채식주의자의 신념에 의하면 그런 사람이 되는 건 맞지만 그들이 강요하거나 설득하지 않는다면 문제 될 것 없지 않는가? 그렇다고 그들에게 되려 채식만하면 심각한 영양불균형으로 어쩌고저쩌고 같은 육식의 합리화를 늘어놓을 필요도 없다. 서로의 생각을 존중하면 되는 것이다. 예전에는 채식주의자들이 반항적이고 별난 사람 같은 취급을 받았었다고 한다. 지금은 유럽의 대부분의 식당에 채식주의를 위한 메뉴가 따로 준비 되어있는 것을 보면 흔한 일이다. 그저 누군가는 채식주의자들의 신념을 이해하더라도 육식을 멈출 수 없으며 누군가는 육식의 필요성을 이해하지만 육식을 선택하지 않는 것.

나는 육식이 두드러기에 좋지 않으며 그것들을 섭취하기 위해 어떤 방식으로든 폭력이 발생하는 것을 알지만 자연스럽게 육류를 원했다. 결국 두드러기가 잠잠해진 날 퇴근 후 오리고기 몇 조각을 먹고 다음날 다시 두드러기에 시달렸다. 하지만 그것을 씹어서 넘기는 순간은 행복했다. 나는 두드러기가 나서 괴로운 것도 무시할 만큼 육식을 하는 즐거움을 내 온몸이 완벽히 이해하고 있었다. 지금은 다시 채식주의자로 돌아와 열심히 두드러기 퇴치에 힘쓰고 있지만 그 목적 역시 다시 자유롭게 고기를 섭취하기 위해서이다. 여러모로 이상한 채식주의자가 되버린 나는 오늘도 간절하게 고기생각을 하며 해독주스를 갈아 마신다.

신영준

언론정보학 전공.
영화, 경제, 사회 그리고 세상만물에 관심 많은 젊은이.
머리에 피는 말라도 가슴에 꿈은 마르지 않는 세상을 위해...

오피니언타임스 청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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