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준의 신드롬필름]

[청년칼럼=신영준] 책상 위에 족히 1500장은 되어 보이는 A4용지 더미가 놓여있다.

“단 한명에 대한 악플을 모아서 단순 출력한 분량입니다. 이런 감정의 쓰레기더미가 매일 온몸에 끼얹어진다고 생각해 보세요...(중략)...당사자는 수 천, 수 만 번의 쓰레기 세례를 언제 그칠지 기약도 없이 견뎌야 하는 겁니다.”

한 변호사가 악플에 상처받았을 피해자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체감할 수 있는 사진 한 장과 글을 인스타그램을 통해 전했다. 이달 14일, 꽃다운 청춘이 스스로 졌다는 참담한 비보에 대한민국이 악플에 대한 경각심과 분노로 들끓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손가락 살인이라며 ‘악플방지법’, ‘설리法’을 신속히 제정해야 한다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처벌규정의 신설, 포털사이트의 모니터링 의무 강화, 준실명제 도입 추진 등 여러 논의가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지인과 악플을 근절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 짧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리가 악플을 달지 않는 것 이상으로 뭔가를 해결 할 수 있을까?”
“글쎄...신고?”

정말 별 뾰족한 수가 없었다. 우리는 인터넷 윤리에 대한 교육을 심도 있게 받아본 적이 없고 피해를 당했을 때의 대응에 대해서도 무지했다. 나쁜 건 알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피해를 줄지 ,당사자의 삶을 얼마나 무너뜨릴지 공감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만일 ‘악플방지법’이 제정되어 처벌과 책임의무가 강화된다 하더라도 원천적 해결이 가능할 것 같지 않다.

Ⓒ픽사베이

“선동은 문장 한 줄로도 가능하지만 그것을 반박하려면 수십 장의 문서와 증거가 필요하다. 그것을 반박하려 할 때면 사람들은 이미 선동 당해 있다.”

독일 나치군 선전장관이었던 요제프 괴벨스가 했던 말이다. 가해자가 처벌을 받는다고 해서 피해자가 당한 마음의 상처나 잘못되고 불결한 정보들이 저절로 사라지지 않는다. 한번 선동당한 이들이 끈질기게 의혹을 물고 늘어지며 당사자에게 존재하지도 않는 증거를 요구할 수도 있다. 그들에겐 단순한 호기심이지만 이미 모든 것이 무너져 내려 약해질 때로 약해진 당사자에겐 그 또한 끔찍한 악플이다.

악플에 대한 연구는 지금도 여러 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대인관계 부족, 열등감의 표출, 낮은 자존감, 자기보상심리, 집단주의적 사고, 단순유희, 좌표찍기, 자극적인 기사 등 여러 가지 특징과 요인들이 분석되었지만 통합·정립되어 있지는 않았다. 이는 악플을 이해안가는 별난 행동이나, 기껏해야 경범죄로 취급하는 풍토 때문이다.

지금부터라도 생명이 달린 중대한 범죄로 인식하여 악플방지법에 따른 처벌과 모니터링 강화는 기본이고 악플러들의 사회적 심리적 특징을 잘 파악해 정립해야 한다. 예컨대 가해자들에 대한 전문가의 정신감정, 분노의 방향과 종류 파악, 일관성, 우발성, 특정인에 대한 공격인지, 다수를 향한 것인지에 대한 정보를 데이터화해야 한다. 프로파일링에 따라 특정 범죄를 예방 하거나 범죄자를 추적할 단서가 생기는 것처럼 악플에 취약한 집단이나 개인을 특정할 수 있다면 선제적 보호조치와 그 대상을 중심으로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방법도 써볼 수 있을 것이다.

국가차원의 인터넷 윤리교육 프로그램 개발도 시급하다. 아이들이 인터넷을 본격적으로 접하기 전에 교육을 통해 피해 사례와 결과를 엮어 악플 행위에 경각심을 일깨워 줘야한다. 가해자가 될 수 있는 사회·심리적 충동이 발생할 때 그것을 건강하게 전환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거나 해소를 도와줄 캠프 등 예방 프로그램도 개발해야 한다.

앞서 지인과 나눈 대화처럼 우리는 딱히 대단한 일은 할 수 없다. 그러나 가짜뉴스를 무분별하게 받아들이거나 상처받는 이들을 진정으로 위로하고 믿어주는 일은 할 수 있을 것이다. 하루빨리 악플이 근절되고 피해자들이 금방 훌훌 털고 일어나는 세상이 오기를 바란다.

신영준

언론정보학 전공.
영화, 경제, 사회 그리고 세상만물에 관심 많은 젊은이.
머리에 피는 말라도 가슴에 꿈은 마르지 않는 세상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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