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치당 영화당]

[오피니언타임스=숲속의참치] 인기 영화들은 사람들의 기억에 남는 장면을 만들어내곤 한다. 그리고 이런 명장면들은 온라인에서 유쾌한 ‘짤’로 만들어져 새 생명을 얻는다. 이를테면 <스파이더맨>에 나온 주인공의 저질댄스, <조커>의 계단 장면에서 아서 플렉의 춤 추는 모습 등이다.

‘영화 짤방’을 보며 우리는 영화 속에서 주인공이 어떤 상황에 처했고, 어떤 감정을 나타냈는지와 같은 전후사정을 따지지 않는다. 앞뒤 잘라놓고 해당 장면을 클립(Clip)의 형태로 만들어놓으면, 예상 못한 유머코드가 생기고 이를 자연스럽게 SNS로 공유하는 것이다.

짤방의 기원에 대해서는 여러 설들이 있지만 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를 주축으로 한 짤방 문화에서 비롯됐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짤방이란 앞뒤 맥락없이 존재하는 어떤 이미지로서, 본래는 게시물에 제목만 있고 내용이 없으면 자동 삭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짤림 방지’라는 목적으로 아무 이미지나 첨부하던 것에서 유래했다. 지금은 재밌는 짤을 휴대폰에 저장했다가 이모티콘처럼 SNS 게시글 댓글에 사용한다.

여기서 누군가는 영화의 앞뒤를 잘라 놓으면 영화 내용을 알 수가 없는데 그게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물을 수 있다. 영상은 사진처럼 고정된 이미지가 아니라 흐르는 것이라서 어느 한 곳을 자르면 본래 의미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화 짤방은 본편에서 잘려 나옴으로써 별개의 생명을 얻는다. 영화 전체의 분위기와는 전혀 다른 존재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예컨대 <조커>는 심각한 분위기의 영화이지만 계단을 내려오며 춤추는 장면만큼은 유머 소재로 쓰인다. 전후 사정을 잘라놓으면 난데없이 계단에서 기괴한 분장으로 춤추는 아저씨에 불과하니 말이다.

영화 <조커> 스틸컷 Ⓒ네이버영화

영화 짤방은 그런 점에서 매력 있다. 암울한 주제의 영화지만 짤방만 보면 유쾌한 모순이 오히려 재밌게 다가온다. 전혀 다른 것들을 한군데에 모아놓으면 왠지 모르게 웃음이 나오는 것과 비슷하다. <록키 호러 픽처쇼>의 정신이상자들이 너무 멀쩡하게 행동하는 나머지 우리가 비정상인 것처럼 여겨지는 게 실소를 자아내는 것처럼...

사람들이 쓰는 단어나 행동은 시대상을 반영한다. 예컨대 아웃사이더란 말은 지금까지 ‘외톨이’라는 의미로 쓰였다. 그러나 개인주의가 발달하고 개개인의 개성이 강해지면서 요즘 젊은 세대에게는 ‘합리적인 사람’이란 의미로도 쓰인다. 친구가 없어서 혼자 밥을 먹는 게 아니라 혼자먹는 게 더 편해서 일부러 아웃사이더가 되는 것이다.

<조커>가 전 세계에 흥행하고 난 후에 유튜브에는 영화를 보고 나서 문제의 계단 장면을 따라하고 그걸 영상으로 올리는 이들이 많아졌다. 단순히 인터넷 세대의 놀이 방법으로 볼 수도 있지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조커>에서의 해당 장면이 영화 짤방으로서 유머 소재로 사용되었다면, 그걸 따라 하는 이들은 자신을 유머 소재로 삼는 게 아닌가. 그들은 스스로를 웃기게 만들고 관심을 받으려는 건 아닐까.

이런 관점에서 보면 자발적으로 <조커> 댄스를 추며 그걸 타인에게 노출하는 사람들은 우리가 짤방을 보며 웃듯이 타인도 영화를 따라하는 자신을 보고는 웃어주기를 바라는 것은 아닐까. 마치 <조커>의 아서 플렉이 스탠드업 코미디 쇼의 연단에 선 것처럼... 

숲속의참치

영화에 대한 믿음이 없다면 그와 대화할 수 없습니다. 나쁜 영화 좋은 영화는 없고, 살아가는 영화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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