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타임스= 칼럼니스트 박정애]

나는 단조로운 일상 속에서 소박한 행복을 추구하는 편이다. 그래도 일 년에 한두 번 정도는 해외여행을 다녀오곤 했다. 그 까닭은 비행기가 타고 싶었기 때문이다. 물론 목적지도 중요하다. 하지만 비행기에 몸을 싣고 이륙할 때의 그 울렁증이 좋았다. 생활에 짓눌려 가라 앉아 있던 오감과 감수성이 깨어나는 그 기분을 누려보고 싶었다. 구름 위를 날며 마음껏 상상의 날개를 펼치는 비행의 시간이 나를 젊게 만들어주는 것 같아서 정기적으로 여행을 감행했다.

그런데 올해는 코로나 사태로 인해 해외여행을 떠날 엄두를 내지 못 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가족 간의 간격은 극도로 좁혀졌고 그로 인한 답답함을 개수대 앞 상상으로 달래곤 했다. 그 상상은 바로 배낭 하나 메고 공항에 홀로 서 있는 내 모습이었다. 찬 바람이 부니 홀로 비행기를 타고 싶은 마음이 더 간절해진다.

비행에 대한 욕망이 꿈틀거리는 건 비단 나뿐만은 아닌지 요즘 비행 자체를 즐기는 가상출국 여행 상품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대만 항공사와 한국관광공사가 공동으로 출시한 ‘제주 상공 투어’ 여행 상품이 그 대표적인 사례인데 이 상품의 성공을 계기로 항공사와 여행사의 합작으로 ‘착륙지 없는 비행 상품’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아이디어에 감탄하는 한편 어떻게든 위기를 극복해내려는 항공사와 여행사들의 몸부림에 안타까움이 느껴지기도 했다. 그러면서 문득 수명이 다 한 비행기들은 어떻게 처리되는지 그 마지막이 궁금해졌다.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이런저런 자료를 찾아보는 과정에서 ‘비행기들의 무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사진=모하비사막(픽사베이)
사진=모하비사막(픽사베이)

먼저 세계에서 가장 큰 비행기들의 무덤은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모하비 사막이라고 한다. 25년쯤 넘게 하늘을 난 비행기들이 퇴역하면 여기로 오는데, 날씨가 덥고 건조해 별로 부식되지 않은 채 황량한 모래땅에 늘어서 있다고 한다.

에리조나주의 사막에도 비행기 무덤이 있는데 이곳에는 주로 민간 항공기들이 잠들어 있다고 한다. 이러한 비행기 무덤은 러시아의 모스크바에도 있고 서아프리카에도 존재한다.

 사진=애리조나 사막( 픽사베이)
사진=애리조나 사막( 픽사베이)

그런데 코로나 사태로 인해 탑승객이 급격히 줄어든 올해, 항공사들은 사용하지 않는 항공기를 더 이상 공항에 세워두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고 그 결과 수명이 다 하지 않은 휴면 상태의 비행기들도 비행기 무덤으로 이동해 장기보관에 들어갔다고 한다.

세계 곳곳을 다니며 추락해 지구상에 남은 비행기 15대의 사진을 찍은 독일의 사진작가가 있다. 디트마어 에켈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2013년 인터뷰에서 그는 이런 말을 남겼다. “물질적인 가치가 사라지고 난 뒤에도 그 이야기와 미학은 남아 있다.” 그는 어울리지 않는 배경에 방치된 비행기들의 모습이 마치 공상과학 영화 속 장면 같았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부디 코로나 시대를 끝낼 수 있는 백신이나 치료제가 하루라도 더 빨리 만들어지기를 기원한다. 그래서 아직 무덤에 들어갈 때가 아닌데도 사막의 무덤에 잠들어 있는 휴직 상태의 비행기들이 다시 힘차게 하늘을 날 수 있기를 바란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단지 25년이면 수명이 다해 무덤으로 이동해 잠드는 수 많은 비행기들이 거대한 쓰레기로 전락하지 않고 새로운 자원으로 활용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전 세계의 사람들이 그 안에 앉아 각양각색의 꿈과 낭만을 떠올렸을 비행기들. 그들의 주검이 이 지구의 골칫거리가 되는 것은 너무나도 슬픈 일이 아니겠는가.

                                           박정애  ; 시인이자 에세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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