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당의 정당지지도=YTN 유튜브 영상 캡쳐
각 당의 정당지지도=YTN 유튜브 영상 캡쳐

[윤영걸 전 매경닷컴 대표]

“그 꿈을 이룰 수 없어도
싸움 이길 수 없어도
슬픔 견딜 수 없다 해도
길은 험하고 험해도

정의를 위해 싸우리라
사랑을 믿고 따르리라 
잡을 수 없는 별일지라도
힘껏 팔을 뻗으리라“
<맨 오브 라만차의 ‘이룰 수 없는 꿈’ 중에서>
 
‘맨 오브 라만차’는 스페인 미겔 세르반테스의 소설 ‘돈키호테’를 뮤지컬로 각색한 작품이다. 작가는 늙은 망상가 돈키호테를 보여주며 관객에게 이런 질문을 한다.  이 더럽고 혼탁한 세상에 이상을 부르짖는 것은 얼마나 무모한가. 그렇다면 어두운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가. 아니면 헛된 망상일지라도 그 꿈을 간직해야 하는가. '맨 오브 라만차‘는 헛된 꿈이라도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지켜나가야 한다는 삶의 태도를 노래한다.

정치는 국민에게 꿈을 불어넣어 주는 작업이다. 진정성 담긴 미래 청사진인지 표를 노린 사탕발림인지는 시간이 지나야 드러나겠지만 시대정신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꿈을 불어 넣어주는 쪽이 늘 승리의 월계관을 차지했다. 

 내년 3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 대권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선두를 질주하고 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에 이어 이낙연 전 당 대표, 정세균 전 국무총리 이광재 김두관 의원이 출사표를 던졌고, 추미애 전 법무장관, 김경수 경남도지사, 유시민 노무현 재단 이사장 등 몇몇 친문 인사들이 가세할 것이라는 풍문이 나돌고 있어서 후보 수로만 보면 결코적지않다.

그러나 웬일인지 대통령 후보 확정을 3개월여 앞두고도 기대하던 민주당 바람은 불지 않고 있는 듯하다. 시대정신을 고뇌하며 내놓은 미래비전은 보이지 않고, 고작 대선 경선을 1~2개월 연기하자는 주장으로 갑론을박하고 있으니 긴박감을 주지 못하고 있다. 지지율이 좀처럼 오르지 않는 여권 주자들이 그나마 앞서가는 이재명 경기도 지사에 대해 ’기본소득 협공‘에 나서면서 내분 조짐마저 보이는 것도 유권자들의 눈길을 돌리게 한 이유일 게다.

게다가 조국 전 법무 장관이 회고록을 출간하자 여권 대선주자들은 일제히 ‘가슴 아프다’는 말을 쏟아 놓을 정도로 친문세력의 눈치를 보고 있다. 이러니 국민의 삶을 획기적으로 바꿀 과감한 정책 차별화는 언감생심(嫣敢生心) 꿈도 못 꾸는 형편이다.제1야당인 국민의 힘은 전당대회에서 30대인 이준석 후보가 두각을 나타내면서 세대교체돌풍이 일고 있는데 반해 더불어민주당은 트레이드 마크인 ‘젊음’과 ‘변화’를 선점당한 채 ‘과거의 시간’이라는 수렁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

대권 승리의 비결은 ‘변화’와 ‘연대’ 2가지다. 15대 대선 1년 전 당시 진보진영의 고 김대중 후보는 19.9%, 박찬종 후보는 19.6%로 엎치락뒤치락하는 상황이었다. 당시 김대중 후보는 5.16쿠테타의 주역이자 보수인 김종필과의 DJP연합을 통해 대권을 거머쥐었다. 16대 대선 1년 전에는 이회창 지지율은 31.6%, 고 노무현 후보지지율은 불과 1.6% 이었지만 이변을 일으키며 노무현 후보가 승리했다. ‘노무현 현상’이라 불린 대역전극의 비결은 유권자들이 노무현을 통해 미래의 꿈을 그릴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국민의 힘은 전당대회를 통해 젊은 지도자를 내세우고,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영입해 기존 정치판을 흔들 기세다. 반면 민주당은 친문세력 눈치를 보느라 애써 변화를 외면한다. 그러니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도 미풍조차 불지 않는 듯하다.미당 서정주의 시 ‘자화상’에 나오는 ‘스물세 해 동안 나를 키운 건 팔 할이 바람이다’라는 구절이 있다. 선거 역시 8할이 바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코로나19와 부동산 급등, 양극화에 지친 국민은 지금 분노하고 있다.

모든 것을 싹 다 바꾸고 원점에서부터 다시 출발한다는 각오가 없이는 정권 재창출은 현실에서 이루어지기 어려운 ‘돈키호테의 꿈’이 되지 않을까. 변화와 혁신을 외면하고 기득권에 안주한다면 곧바로 거센 민심의 역풍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윤영걸 전 매경닷컴 대표=MBN 영상캡쳐
윤영걸 전 매경닷컴 대표=MBN 영상캡쳐

 

[저자약력]  매경닷컴 대표, 매일경제신문 증권부장, 부국장, 매경이코노미 주간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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