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27년 1월 12일, 후금의 조선공격총사령관 아민은 군사를 이끌고 한달음에 만주 벌판을 달려 조만(朝滿) 국경에 이르렀다. 그리고 꽁꽁 얼어붙은 압록강을 건너 압록강상의 승애도, 막사도, 어적도에 진을 쳤다. 침략군 병력은 모두 3만6000이었다. 1기군을 6000명씩, 6기군으로 편성한 군사들이었다.    
후금군은 언제나 겨울철에 공격을 한다. 세찬 북풍과 눈보라 몰아치는 한 겨울이 그들이 활동하기 좋은 계절이다. 북방의 맹추위를 견디는 유일의 민족이기 때문에 이때 추위 먹은 파리처럼 사족을 못쓰는 적들을 잡아버리기 딱 좋은 것이다. 
홍타이지는 아버지의 업적 때문에 저평가받고 있지만, 사실 아비 못지 않은 전략과 전술에 능한 군사전략가였다. 조선에서는 정묘호란·병자호란 양란(兩亂)의 원흉이라 하여 그가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지 않지만, 문과 무를 갖춘 용맹하고 유능한 지휘관이었다. 성질이 급하나, 전략을 짤 때는 의외로 냉정하고 인내심이 강한 위인이었다. 그런 자가 아비보다 완전히 다르게 조선에 적대적이었다.  
그러나 그는 집권한 이후 내정으로는 중국식의 중앙집권화를 추구했고, 유학(儒學)을 장려했으며, 유목민의 형사취수제(兄死娶嫂制:형이 죽은 뒤 동생이 형을 대신해 형수와 부부생활을 계속하는 혼인풍습)와 순장(殉葬:왕이나 귀족이 죽을 때 충실한 부하나 애첩을 죽은 자 곁에 함께 생매장하는 일), 순사(殉死:왕이나 귀족을 따라 자결하는 일)를 엄금하고, 이를 어길 시 엄벌에 처했다. 
“생사람을 어찌 죽은 자 곁에 생매장하고, 자결하도록 명한단 말이냐. 이것은 씻을 수 없는 폭력이자 야만이다.”
그리고 민생을 위해 농업을 장려하고, 무역에 힘써 부국의 깃발을 올렸다. 어느면에서 보면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죽은 뒤 일본이 새롭게 취하고 있는 실용정치 방향으로 선회한 것이다. 그는 조선과도 무역을 하며 공존하고 싶었다. 그런데 거절 당했다. 거절 정도가 아니라 모욕까지 당했다. 조선은 여진족을 인간 무리가 아니니 상대할 가치가 없다고 애초부터 경멸하고 홀대해왔다.
“자식들, 문자 좀 안다고 우리를 졸로 아는데 철저히 도륙해버릴 것이다.”   
그점 아민도 생각이 같았다. 홍타이지와 똑같이 용맹하고 기지도 뛰어난 장수인 그가 승애도에 진을 친 다음 스스로 조선에 대한 분노를 끓어올렸다. 그러면 휘하 군사들도 덩달아 적개심을 불태운다. 저녁을 먹은 다음 그는 길잡이 한윤을 불렀다.
“우리 군사가 대국을 위협할만큼 세력이 커졌는데 조선 신료란 것들이 우리 군사력을 산적 정도로나 과소평가하니 무슨 배짱인가?”
“걱정 마시오. 그 새끼들은 적진을 살피는 정탐꾼이나 세작이란 것이 없소. 정보전이란 것을 모르오.”
“왜 그런가.”
“세작을 키우면 자기들을 염탐하고, 또 군사력이 커지면 자기들 권력이 위태로울까 싶으니 군사력을 키우지 않고, 장수들을 의심한 나머지 홀대하고 있기 때문이오.”
“그러니 좋은 기회다?”
“두 말 하면 잔소리요.”
실제로 아민이 보기에 조선은 군사력도 시원치 않고, 근래엔 흉년이 들어 곡물 수확량이 현저히 줄어 백성들은 먹고 입을 것이 없어서 남루하기 짝이 없는데, 그런데도 북방 여진족 보기를 거지 발싸개 쯤으로 여긴다.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나라다.  
“참으로 불가사의한 나라여.”
한윤이 거들먹거리며 말했다. 
“왜 그러냐. 백성들을 좆나게 패면 다 해결되니 그런 것이오. 시선을 딴 곳에 둘 필요가 없다는 것이오. 부려먹기에 가성비 높은 백성들이 있고, 고것들만 한번씩 훑어버리면 만사형통인데 무슨 다른 꿈을 꾼단 말이오?”
“세상의 변화를 간파하지 못하는 시대의 맹아들이로군. 그런 것들이 시건방을 떨며 우리를 금수(禽獸) 취급하니 가당치도 않지. 혼 좀 내야겠지?”
“두 말하면 개소리라니까요. 고저 한 방에 조자버려야지요.”
“그대는 아비의 원수를 갚는 데만 신경쓰나? 조선은 그대의 모국 아닌가?”
“그런 말 마소. 나의 조국은 건주여진이오. 조선을 피똥싸게 해줄 것이오. 정녕 조선정벌 길잡이로서 역할을 다할 것이오. 정통성을 잃은 정권은 나라가 아니라 도둑놈 소굴이오.”
“어허, 단단히 삐졌군. 그점은 나로서는 고맙지만, 그래서 어째 믿을 수 없단 말이야.”
“믿고 안믿고는 아민 사령관 나름의 생각이고, 나는 어서 빨리 한양땅에 당도하여 왕과 사대부 목을 날려버리고 싶소.”
“그렇게 원한이 사무치오?”
“이가 갈리오이다. 그 새끼들은 노동자원을 풍부하게 쌓아놓고 사니 망할 일이 없소. 끼리끼리 권력 다툼을 벌이며 지지고 볶고 살면서 희희낙락하오이다. 글을 깨우친 백성도 철저하게 신분제로 가로막아 출세길을 차단하는 상놈의 나라요.”
생각만 해도 빌어먹을 땅이었다. 왕권(王權)과 신권(臣權)을 강화하여 나라를 안정시켜 발전책을 도모해야 하는데, 그 힘을 백성을 억압하는 데 사용하고, 선정이란 것을 애당초 찾아볼 수 없다. 팔할 이상을 노예로 잔인하게 부려먹으며 생산성이란 것을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노예 같은 삶을 사는 백성만을 자원으로 사용하며 거드름을 피우는데, 이때 아저씨 이괄과 아버지 한명련이 쓸어버렸어야 했었다. 그런데 역으로 당했다. 
아민은 한윤을 군막 안에 놓아둔 채 막료장 회의를 소집했다.  
“조선 사대부란 것들은 불과 이십 수년 전 일본의 침략으로 초토화된 국토와 백성들의 피폐한 생활상의 폐단을 고치려고는 않고, 전쟁 피해를 고스란히 백성들에게 전가하며 밤마다 오입질에 띵까땅까 고주망태가 되어 놀고 자빠져 있다고 한다. 그러니 우리가 침략하기 좋은 기회다. 이런 것들을 부숴버리면 조선 백성들이 좋아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조선 인민 해방군이다. 바로 한윤 향도가 가리켜준 공격의 명분 중 하나다. 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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