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민은 안주성을 포위한 뒤 재차 조선군의 항복을 요구했다. 문명국이라고 자처하며 한사코 후금을 야만족이라고 비난하니 예의와 법도를 지키자는 태도였다. 우리는 결코 야만족이 아니라는 행동이다. 
“조선군은 포위되었다. 쥐새끼 한 마리 도망치지 못할 것이다. 점잖게 말할 때 항복하라. 항복만이 살 길이다.”
그렇게 말미를 두는 사이 후금군의 후속 부대들이 속속 안주성으로 집결하였다. 2만에서 2만5천, 그리고 금방 3만 병력이 되고, 또 5천이 합류했다. 후금군의 병력이 청천강을 건너기는 너무 쉬웠다. 강이 해자(垓字:성 밖으로 둘러 판 못) 노릇을 하지 못하였다. 건기인지라 강물의 수량이 대폭 줄어들어 개울물이 된 데다, 그마저 한 겨울 결빙되어 있어서 도섭(徒涉:언 강을 걸어서 건넘)하기가 대단히 용이하였다. 역시 겨울철 전쟁을 택한 그들의 전략은 놀라운 것이었다. 아군은 그것을 충분히 감지하지 못했다. 추운 지방에서 사는 종이라 그러려니 여겼다.  
1월 20일에는 지원 적병들로 인하여 성의 4면이 완전 포위되었다. 아민은 후속 군사들이 집결하는 시간을 버는 사이 여전히 말미를 두어 항복을 요구하였다. 
“다시 경고하는 바이다. 살을 에는 엄동설한, 피복도 음식도 변변치 못한 너희 병사들이 개죽음 당하면 그 감당을 누가 할 것이냐! 너희들에게도 부모와 형제, 처자식이 있을 것이다. 집안의 기둥이 평안도 눈덮인 산야에 개죽음이 되어 나뭇가지에 주검이 내걸려있다면 슬퍼서 누가 제대로 잠을 잘 것이며, 너희 또한 눈을 감을 것이냐. 천추의 한이 될 것이다. 병사들은 살아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라. 그러기 위해서는 어서 항복하렸다!”
그는 여유있게 선무작전까지 구사하였다. 강자의 여유처럼 보였다. 
 
한편 장만은 지원군 요청이 수포로 돌아가자 현재의 병력으로 후금군을 맞아 싸우기로 하였다. 그가 남이흥을 불렀다. 
“숫자가 적은 것은 어쩔 수 없다. 방비 태세는 완벽한가.”
“형편없으니 순망치한(脣亡齒寒)이지요. 그런데 왜 조정에서는 구원병들을 보내지 않습니까. 개새끼들, 지들 배때지가 따뜻하면 다 따뜻한 줄 아는 모양이지요?”
“조정이란 본래 그런 것이다. 절박성이란 없이 도포자락 휘날리며 수염 한번 쓸면 되는 것으로 아는 무리들 아닌가.”
“씨발놈들!”
“그래도 우리가 나라의 간성이다. 남탓하지 말고 대비하라.”
그나마 장만은 백성들을 시켜 임진왜란 때 무너진 성곽과 방어 시설 중수에 힘을 쓴 것이 다행이라고 여겼다. 역시 몸으로 때우는 것만이 나라를 지키는 힘이다. 준비 기간이 너무 짧은 것이 아쉬웠다. 이귀와 다투지 않았다면 더 견고한 성벽을 쌓았을 것이다. 
“상황이 좆같은데도 싸워야 합니까?”
“남 장수답지 않군. 병력의 절대 수가 부족한 것은 운이 그렇다는 것을 말해줄 뿐, 그렇다고 못싸울 일도 없다. 있는 숫자로 우리식의 전법을 구사해 적을 격퇴하라. 우리 지형에 맞는 전법은 수만 가지다. 그중 직접 부딪치지 말고 방어전으로 맞서라. 정충신 첩보부대가 적진의 후방을 교란시킬 것이다. 이때를 노려 선제 타격했디가 재빨리 성으로 들어오라.”
“알겠습니다, 장군!”  
장만이 지휘부로 돌아간 사이 후금군이 구름처럼 이윽고 몰려들어 성을 겹겹이 포위했다. 남이흥은 부하들에게 성 위로 올라가 깃발을 휘두르며 군악을 울리게 하였다. 기개가 무너지면 패배를 자초한다. 그는 다시 성문들을 모두 닫아걸고 돌과 모래를 쌓아올리고, 포와 총수부대, 살수부대를 배치해 응전에 대비하도록 명했다. 
멀리서 이를 살핀 아민의 부장(副將)이 소리쳤다.
“저 새끼들, 쳐들어가면 좆되는 것도 모르고, 항거하겠다는 것이군. 아민 사령관 각하, 돌격할까요?”
“아서라. 밥 한그릇이라도 더 먹게 해라. 그것이 우리가 조선 군사에게 보내는 마지막 은전이다.”
웬지 뭉기적거리는 후금군을 향해 막료장 김막동이 소리쳤다. 
“야, 씨발놈들아, 쳐들어오려면 지금 쳐들어와! 기냥 껍질을 홀라당 벗겨줄 것이니까.”
그는 임진왜란 때부터 전쟁터에서 잔뼈가 굵은 유격대 노병이다. 
이 말을 듣고 아민이 부관에게 물었다.
“저 자가 뭐라고 하는 것이냐?”
“곧 죽어도 흰소리 깐다고, 우리에게 약올리는 놈이지요. 조선놈들이 본래 그렇습니다. 곧 죽어도 양반은 의젓하다는 것이지요. 형편없는 새끼들입니다.”
“그래도 여유가 있다는 건 풍류가 있다는 뜻 아닌가.”
아민이 조선군 진영이 들리도록 큰소리로 외쳤다.
“나는 우리나라에 투항한 강홍립 장군을 잘 모셨다. 그런데 너희 나라는 자기 나라 장수를 잡아가두고, 우리와의 화친을 막고 있다. 이것이 잘못된 농간에서 비롯된 것이니, 강홍립을 돌려보내라. 그러면 협상하는 것으로 알고 공격하지 않겠다.”
남이흥이 장군으로서의 본분을 잊지 않고 응수했다. 
“우리의 장수를 우리가 쓰겠다는데 무슨 소리냐? 굴복하지 않는다. 내가 나라의 명을 받고 변경을 지키는 것은 바로 너희와 같은 오랑캐를 무찌르기 위함이요, 오직 장군의 영위에만 그치려는 것이 아니다. 만일 내가 영위만을 가진 것으로 그친다면 그 어찌 나라의 뜻을 받드는 장수라 할 수 있겠느냐? 나에게는 오직 너희들 오랑캐를 섬멸하는 일만이 남아있는 임무일 뿐이요, 그것만이 나에게 영광되고 가문을 흔쾌하게 하는 일이다. 만약 불행하게도 숫자가 부족하여 이 싸움에서 내가 죽는다면 그 또한 억울하긴 할망정 마음에 부끄러움이 없는 영광된 선택이다!”
“와, 갑이다. 적장이라도 멋있는데?”
아민의 부관이 껄껄 웃으며 받았다. 아민이 다시 나섰다. 
“용기는 가상하다만, 그렇게 죽어서 얻을 것이 무엇인가. 우리에게 항복해 더 좋은 세상이 있단 것을 정년 모르겠나? 죽음은 미화 대상이 아니다. 하나 뿐인 목숨, 우주와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내 유일의 자산을 아껴라. 초개같이 목숨 버리려는 그 뜻은 잘못됐다. 자고로 나라를 위해 지 목숨 버린다는 것은 위선이며 사기다. 더 값지게 사용할 수 있는 몸뚱아리라는 걸 알라. 명나라 귀신이 되든, 후금국 귀신이 되든, 너의 나라 잘되면 그만 아니냐. 흑묘백묘라는 것도 있지 않나. 그러므로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명한다. 지체말고 투항하라. 질 것이 뻔한 싸움을 버티는 것은 만용이며, 또다른 자학이다.”
대답 대신 남이흥 곁에 있던 막료장 김막동이 불화살을 적진에 날렸다. 적의 화차에 불이 붙어 가득 실린 폭탄이 폭발했다. 곁에 있던 적병들이 순식간에 날아가 망가진 나무토막처럼 아무렇게나 내팽개쳐졌다. 화차가 연거푸 폭발했다. 적병들이 비명 한번 지르지 못하고 누너졌다. 아민이 급히 개전을 명했다. 
“돌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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