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26년 아버지 누르하치가 세상을 뜨자 그들 형제간끼리 골육상쟁의 투쟁이 격렬해지고 있었다. 홍타이지가 왕권을 노리고 형을 선제 공격했다. 홍타이지는 8기군 중 가장 강력한 4기군을 거느리고 형을 압박했다. 힘에서 빌린 다이샨은 쫓겨서 조선 땅의 북변 만포로 숨어들었다. 만포첨사 정충신이 그를 예를 다해 깍듯이 모셨다. 
다이샨을 예우한 정충신이 일선에 나와있는 장만 장군을 찾아 보고했다. 
“장군, 다이샨 패륵이 조선 땅으로 망명을 왔습니다. 외로워 보입니다. 그를 보살펴 훗날을 도모하면 어떻습니까.” 
“좋은 말이다. 그를 여하히 잘 모셔라. 훗날을 도모해서만이 아니라 인간적 예의로서 모셔라. 그러면 자연스럽게 언젠가는 유용하게 써먹을 때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인조반정이 일어나자 조선은 갑자기 친명배금이 국가 이념이 되었다. 따라서 다이샨의 위치도 모호해졌다. 광해군이 몰락하고, 친금 세력들이 후금을 적으로 돌리고 명나라를 종주국으로 모시는 정책 방향이 그를 불안케 하였다. 다이샨은 백두산의 더욱 깊은 골짜기로 숨어들었다. 
“광해군 때라면 환영을 받을 수 있지만 정권이 바뀌고 숭명반금(崇明反金)이 대세가 되어있다면 나 또한 조선에서 활동할 근거지가 축소되었다. 후환을 두려워한 나머지 전방의 장수들도 나를 피할 것이다. 쓸모없는 포로로 여기고, 어쩌면 나를 잡아 홍타이지에 넘길지도 모른다.”
다이샨은 어느날 백두산 골짜기를 빠져나와 후금과 멀리 떨어진 경기도 해안가인 남양만으로 흘러들어갔다.  
이런 사정을 꿰고 장만이 중신들에게 말했다. 
“우리로서는 다이샨을 가진 것을 후금을 향한 가장 좋은 전략자산으로 써먹을 수 있습니다. 그를 통해 후금과 거래할 수도 있단 말입니다.”
조선에 망명한 다이샨과 함께 후금을 침공할 세력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며 협상력을 제고하면 힘이 탄력을 받을 것이다. 명나라를 침공할 계획인 후금은 이때 똥줄이 탈 것이다. 이런 복잡한 역학관계를 이용하는 것이다.
“그런 불상놈들을 데리고 있다면 우리가 불섶에 뛰어드는 격이오. 어찌 그리 불장난을 즐기자는 것인가. 당장 쫓아내시오!”
병판이 소리질렀다. 장만이 냉정하게 받았다. 
“이런 때 외교와 협상력이 요구됩니다. 다이샨은 그의 딸을 박륵에게 출가시킨 사람이오이다. 거기서 두 아들까지 두었소이다. 말하자면 다이샨은 조선의 피가 흐르는 외손자 둘을 두었단 말입니다. 그런 그를 활용하면 우리가 후금과의 전쟁을 막을 수 있습니다.”
“그대는 지체에 비해 간사스런 잔꾀를 갖고 있군. 군자의 나라에서 잔꾀로 세상을 지배할 수 있는가.”
임금이 화를 냈다. 그러나 군자의 나라에서 이합집산, 배신, 이간질, 음해, 모함이 상시화되어있지 않은가. 아니나 다를까, 한 신료가 거들고 나왔다.
“강홍립 같은 매국노가 나오더니, 여기 또 한 마리 나왔습니다.”
“뭐라?”
장만이 그 대신을 노려보았다. 신료가 고함을 치며 맞받았다. 
“못된 놈, 상감마마 앞에서 사기 치다니. 마마, 저자를 아닥시키고, 삭탈관직하여서 한양에서 영원히 박멸해야 합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먼 곳으로 유배 보내야 합니다.”
장만이 정색을 했다. 
“반정 이후 후금은 조선이 취할 태도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워왔소. 여러모로 신경쓰이기 때문이오. 그래서 조선이 명나라와 가져온 군신 관계를 묵인할 테니 자신들과는 형제 결의를 하자고 요구하고 있소. 후방을 안정시키면 명나라와 싸우는 데 도움이 된다고 본 것이오.”
“동이(東夷:동쪽 오랑캐)가 부모국을 유린하면 당장 박살내야 하는데, 동이와 형제결의를 하자고? 저런 상놈의 새끼가 다 있나, 눈깔이가 어떻게 돌아가버렸나? 마마, 저 자를 당장 하옥하소서.” 
장만은 또다시 벽에 부딪쳤다. 후금군의 공격을 막기 위해 안주에 방어진을 치자고 주장하자 찬성 이귀가 반대했다. 내륙 깊숙이 들어와 방어선을 치겠다는 것은 전쟁을 회피하는 것이 아니나고 장만을 공격하였다. 그러나 의주를 고집하다가 쓸데없이 방어의 시간만 놓쳤다. 백성들의 희생만 가중시키고 병사들은 구성으로 밀리더니, 결국 안주성으로 후퇴한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외교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을 두고 또다시 부딪쳤다. 신료들의 완강한 방해 책동으로 벽에 부닥치고 있었다.  
​“보다시피 우리의 국방력은 취약하기 짝이 없습니다. 국방력을 키울 때까지 오랑캐가 요구하는 화친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사나이 대장부로서 무릎 꿇고 죽느니 서서 죽겠다는 기개도 없나?”
좌상이 으름장을 놓았다. 
“그대들, 전쟁이 나면 그대들 먼저 가솔들 데리고 도망갈 놈들이 아니냐.”
장만의 수염이 파르르 떨렸다. 또다시 어전회의는 결론없이 끝났다. 
이때 다이샨은 남양만까지 흘러들어가 있었다. 그는 친금파가 세를 확보하면 힘을 얻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갈수록 친금 세력은 힘을 잃었고, 그는 희망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그 9년 후 병자호란이 터졌다. 홍타이지가 4만의 군사를 이끌고 인조가 도망쳐나온 남한산성을 포위하고 항복을 요구하고 있었다. 남한산성 주변에 조선의 근왕병과 각 지역의 군사들이 집결했으나 엄동설한의 전쟁은 북방 오랑캐에 대적이 안되었다. 고립되어 얼어죽고, 굶어죽는데 전투마저 산발적으로벌어졌다.  
이때, 다이샨이 잔병을 이끌고 조선군의 후방을 쳤다. 동생에게 선물을 안겨준 것이다. 조선은 그에게 역습을 당해 더욱 험한 꼴로 남한산성 고립을 불러들였다. 그를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자, 이번에는 반대로 위기에 처해버린 것이다. 그 전공으로 다이샨은 후에 세워진 청나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주간조선 1946호 이한우의 朝鮮이야기(25)-‘조선에 10년간 망명했던 누르하치의 장남 귀영개’, 2007.03.19. 일부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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