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가격이 폭락하고 있다는 TV조선  방송내용=TV조선 뉴스 유튜브 영상캡쳐
전세가격이 폭락하고 있다는 TV조선 방송내용=TV조선 뉴스 유튜브 영상캡쳐

 

[이종인박사=여의도연구원 정책2실 실장]전세는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독특한 주거 형태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외국에도 유사한 사례가 있었고 현재도 비슷하게나마 유지되는 경우가 있다.

과거 중국에 전권(典權)이라는 우리 전세와 거의 같은 제도가 있었다. 하지만 국민당 정부에서 사회주의 체제로 바뀌면서 강제적으로 폐지되었다. 그 외에도 역사적으로 남부 프랑스와 스페인 등에서도 흔적을 찾을 수 있고, 미국의 루이지에나 주, 남미의 아르헨티나, 볼리비아의 민법에도 우리의 전세와 비슷한 ‘Antichresis Leases’ 제도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우리의 경우, 고려후기와 조선시대에도 여러 형태의 물적 담보제도가 존재했었지만 1876년 병자수호조약에 따른 3개 항구 개항과 일본인 거류지 조성, 농촌인구의 이동 등으로 서울 인구가 늘어나면서 지금의 전세제도가 시작된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공식 기록으로는 지난 1899년 4월에 발행된 황성신문에서 ‘집을 전세했다’는 기사를 확인할 수 있다. 그 후 전세권은 관습법 형태로 유지되어오다가, 지난 1960년 민법 제정 이후에는 하나의 ‘전세권’으로 명시됐다. 

지난 1970년대 이후 관치금융 여파로 전세가 급격히 확산되어 왔는데, 1975년의 경우 서울가구 중 38%가 전세인 반면 월세는 14% 수준이었다. 당시 정부가 수출기업에 자금을 인위적으로 할당했으며, 자금부족에 시달리던 개인(집주인)은 전세 형태의 자금을 임차인으로부터 조달받는 모양새였다. 따라서 전세보증금은 사실상 무이자 은행대출의 역할을 담당한 것으로 보여 진다(당시에는 은행 돈 빌리기가 하늘의 별따기보다 어려웠다). 이러한 전세제도는 세입자 입장에서도 장점으로 작용했다. 당시에는 전세 주거비용이 저렴한 데다 보증금은 내 집 마련을 위한 지렛대 역할을 해 왔기 때문이다. 전세가 일종의 강제저축 의 효과를 발휘한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전세제도로 인한 여러 사회적 문제들이 발생되기도 했다. 지난 1989년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으로 전세기간이 2년으로 연장됨에 따라 전세금 폭등으로 전세난을 겪게 되었다. 또한 IMF외환위기와 노무현정부 시기에도 급격한 전세가격 상승으로 인한 전세난이 재발되기도 했다. 이러한 전세제도가 역대 정부의 전세자금 대출지원 등 정책수단으로 활용되면서 금융시장을 왜곡했다는 비판도 있으며, 임대인이 거래위험을 임차인에게 전가하거나 임차인의 부도를 유발하는 문제도 전세제도의 어두운 측면으로 볼 수 있다. 

근래 전세시장 행보는 주택시장의 일반 공식을 상당부분 벗어나고 있다. 문재인 정부 5년 내내 득달같이 치솟았던 집값에 비하면 적어도 2020년 7월말의 이른바 ‘임대차2법’ 폭거 이전까지는 임대차시장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 등 임대차 2법 강행으로 전국의 전세가가 폭등하고 매물도 급감하는 이른바 제2의 전세대란을 겪게 되었다.

더군다나, 코로나19의 장기화와 이어진 공급망 쇼크, 우크라이나사태 등 외부적 여건변화에 따라 금리가 치솟고 더불어서 새 정부의 부동산정책 변화 가능성 등이 결부되어 전세의 반전세화, 월세화가 가속되고 있는 추세이다. 최근에 체결된 임대차 계약 중 월세 비중이 전체의 절반을 넘어섰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다. 이렇게 가다가는 전세가 없어지는 세상이 올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전세난은 세입자의 주거 안정을 크게 약화시킨다. 월세화가 가속화되면 신혼 때 장만한 작은 전셋집으로 시작하여 내 집을 마련하는 방식은 더 이상 가능하지 않게 된다. 전세가격이 매매가격을 초과하거나 근접한 이른바 깡통전세 문제도 재현될 수 있다. 무엇보다 반전세·월세 비중 증가로 전세에 의존해왔던 저소득 세입자의 경제적 부담이 가중될 뿐 아니라, 높은 전세가에 서울 중심지에서 외곽으로, 경기권 밖으로 거주지를 옮겨야만 하는 이른바 전월세 시장의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으로 서민의 주거환경이 더욱 악화될 것이다. 

작금의 전세난을 우선 진정시켜야겠지만, 무엇보다 중장기적 전세난 해소를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 문제의 근본 원인은 전세의 수급 불균형이며, 따라서 그 해법은 전세 공급을 늘리거나 수요를 억제하는 것이다. 주택정책의 방향을 시장 정상화에서 ‘주거안정’으로 전환하고, ‘보유’보다는 ‘거주’의 개념, ‘임차’와 ‘소형’을 선호하는 우리 사회의 경향을 직시하고, 보편적 주거복지를 실현하는 데에 정책의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임대주택 정책의 패러다임을 규제에서 지원으로 개편하고, 임대사업자들의 부담 완화를 위한 각종 토지, 금융, 세제 규제들을 완화해주어야 한다. 더불어서 사회적임대인제도와 같은 새로운 형태의 주택임대사업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전세의 월세화는 거스를 수 없는 시장의 흐름으로 보이지만 서민층의 주거불안을 진정시키기 위해 월세전환의 속도를 늦추되, 과도기 형태인 부분전세(부분월세)로 유도해가는 것이 좋을 것이다. 저소득 서민층을 위한 타게팅 정책으로써 공공임대주택을 지속적으로 공급하며, 주택바우처 제도를 안착시키는 등의 임대주택정책을 계속해 추진해가야 할 것이다. 

주택임대차시장의 높은 수요에 맞추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민간 주택임대사업(자)의 육성이 최우선 과제가 되어야 한다. 토지와 금융, 그리고 세제에 관련된 규제를 가능한 풀어주고 필요한 재정적 지원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추진을 약속한 ‘기업형 장기임대’와 더불어, 사회적임대인제도와 주택 임대관리회사의 육성도 적극적으로 추진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종인박사=오피니언타임스
이종인박사=오피니언타임스

이종인(李種仁), 010-3168-1306, jongin_lee@yahoo.com
(재)여의도연구원 수석연구위원, 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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