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화랑아트페어=박시형 칼럼니스트
부산국제화랑아트페어=박시형 칼럼니스트

 

[오피니언타임스=박시형 칼럼니스트] 3년째 우리를 괴롭히던 코로나19가 주춤했지만 기록적인 인플레이션에,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까지 겹치며 또 다른 모양의 칼날이 일상을 위협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유독 활황을 띠고 있는 의외의 시장이 있다. 바로 ‘미술품 거래 시장’이다.

지난 3월 서울 SETEC에서 열린 2022 화랑미술제는 177억 원(2021년 72억 원), 4월에 열린 2022 BAMA(부산국제화랑아트페어)는 250억 원(2021년 65억 원), 5월에 열린 2022 아트부산은 746억 원(2021년 350억)의 매출을 기록하며 역대급 매출액과 방문객 수를 경신했다. 

미술시장은 왜 활황을 맞았는가?
미술시장이 이른바 ‘불장’의 행태를 띠는 것은 비단 국내만의 추세가 아니다. 「2021 아트바젤 글로벌 아트마켓 리포트」에 따르면, 미국‧영국‧중국을 비롯한 주요 10개국의 최대 소비계층이 평균 22만 8000달러(약 2억 9000만 원)를 소비한 MZ 세대로 밝혀졌다. 이들은 자신의 부모세대인 베이비부머 세대(약 1억 4000만 원)보다 2배 많은 미술품을 사들이며, ‘미술시장의 주요 고객은 중장년층’이라는 인식을 무색하게 했다.

이처럼 새로운 소비층이 대거 유입되면서 미술시장의 외연은 크게 확장되었다. 그렇다면 MZ 세대는 왜 미술시장에 열광하는 것일까? 여기에는 MZ세대의 개인화된 삶의 가치와 취향이 잘 반영되어 있다.

주식‧가상화폐‧부동산의 호황을 경험한 바 있는 MZ세대는 미술품을 새로운 투자처로 인식하는 측면이 크다. 아직 주목받고 있지 못하는 젊은 작가나 블루칩 작가의 작품을 강력한 투자 수단으로 여기는 것이다. 일례로 BTS의 멤버인 RM이 픽한 젊은 작가 김희수, 엄유정, 김둥지 작품의 경우 마켓 오픈과 동시에 완판되는 일이 이제는 당연시된다.

‘국내 미술관은 RM이 다녀간 곳과 다녀가지 않은 곳으로 나뉜다’라는 이야기가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또한 이들은 미술품에 관한 정보를 각종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상에서 활발히 소통하며 미술품을 향유하는 또 하나의 놀이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현 미술시장의 활황은 미술품을 향한 MZ세대의 열렬한 관심과, 이들의 니즈를 충족하려는 주관사의 마케팅이 잘 맞아떨어진 결과인 셈이다.

최근 아트페어의 경향을 살펴보면, 갤러리에서는 젊은 세대에게 각광받는 작가나 실험적인 작품을 위주로 부스를 설치하고, 주관사에서는 전문가 강연, 포토존 설치 등으로 미술시장에 대한 전반적인 진입장벽을 낮추고 있기 때문이다.

모두가 웃는 건 아니다
대형 아트페어를 찾는 고객들이 늘면서 아트페어 참가 신청을 했지만 탈락하는 갤러리들도 늘고 있다. 2022 BAMA의 경우에는 참가 경쟁률이 2대 1에 육박하며 130여 개의 화랑이 탈락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에 따른 부스 설치비용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가 정작 눈 여겨보아야 할 대목은 모든 작가가 웃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아트페어의 최대 수혜자는 미디어에서 어느 정도 이름을 오르내리면서 주가를 올리고 있는 작가들이다. 아직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은 지역의 수많은 작가들은 여전히 소외되고 있는 현실이다. 물론 경제적 이해관계를 우선시해야 하는 아트페어의 사정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자본논리에 의한 완전경쟁 시장에서는 지금과 같은 방식이 더욱 적절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앞으로의 아트페어가 좀 더 많은 작가와 고객을 포섭하기 위해서는 당장의 이득은 적더라도 함께 가야 할 대상이 존재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번에는 비교적 규모는 작지만 신진작가와 지역작가가 중심이 되는 시장을 살펴보자.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재)예술경영지원센터가 주관하는 ‘작가미술장터’는 올해로 8회째를 맞이했다. 300만 원 이하의 중저가 미술작품이 판매되는 ‘2022 작가미술장터’는 6월부터 10월까지 전국 9개 시(서울‧부산‧광주‧파주‧충주‧원주‧속초‧창원‧순천)에서 개최되며, 부산에서는 8월 12일부터 29일까지 ‘Busan Lab Art Fair×도장포마을’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작가미술장터는 2021년 기준 누적 관람객 107만 명, 누적 참여작가 9,300명을 기록하며, 신진작가의 등용문으로서 자리를 굳혀가는 모양새다. 또한 매년 250여 명의 지역작가가 3,000여 점을 출품하는 BFAA(부산미술협회 국제아트페어)는 2019년 5억 원, 2020년 8억 원, 2021년 12억 원의 매출액을 형성하며 점차 규모를 넓혀가는 중이다. 특히 BFAA는 지역 청년작가를 위한 ‘청년작가 특별전’ 부스와 시민 참여 공모전의 ‘수상작 전시’ 부스를 별도로 마련하여, 수치화되는 데이터 외에 ‘지역 미술시장의 저변 확대’라는 사회적 기능을 다하는 점이 인상 깊다.

모든 공급자와 수요자가 차별 없이 웃을 수 있는 광경을 시장에서 찾는 것은 다소 이상적일 지도 모른다. 하지만 공산품이 아닌 미술품이기에, 제품이 아닌 작품으로 평가받고 향유되기 위해서는 보다 넓은 차원의 가치와 대상을 안고 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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