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섬을 보려면 건너편 섬에 가야 한다

구봉도 좀풍게나무 사이로  보이는 영흥도=김서정 작가
구봉도 좀풍게나무 사이로 보이는 영흥도=김서정 작가

[오피니언타임스=김서정 숲 해설가 겸 작가]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는 “2022년 8월 5주차 주간 집계(무선 97 : 유선 3, 총 2,516명 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 취임 17주차 국정 수행 지지도(긍정 평가)가 지난주 8월 4주차 주간집계 대비 1.3%P 낮아진 32.3%(매우 잘함 18.2%, 잘하는 편 14.1%)를 기록, 4주만에 하락 반전했다”고 전했다.

‘국정수행을 잘못하고 있다’ 는 부정 평가는 64.9%(잘 못하는 편 10.1%, 매우 잘 못함 54.8%)로 1.6%P 높아졌고, 긍정 평가와 부정 평가 간 차이는 32.6%P로 오차범위 밖이고, ‘잘 모름’은 2.8%를 보였다고 한다.

50%대의 긍정에서 출발해 20%대까지 떨어졌다가 30%대로 올라가는 것 같더니 다시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지지율을 확인한 윤석열 대통령과 그 측근들은 무슨 모색을 할까? 획기적인 반등을 위해 광범위하게 민심을 파악하고 거기에서 문제해결 요인들을 찾아 대안을 세우려고 할까? 아니면 예정된 정책을 여러 이해관계 때문에 바꿀 수 없다는 걸 알고 약간의 겸손 모드를 유지한 채 모든 걸 남 탓하며 꿋꿋이 자기 길만 고집하려고 할까?

이에 대한 답은 계속 발표될 지지율이 말해줄 것 같은데, 여기서 문득 고립이라는 단어가 떠오르면서 최근 다녀왔던 경기도 안산 구봉도 풍경이 태풍 뒤 푸른 하늘의 구름처럼 흘러간다.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 그 섬에 가고 싶다.”

시를 쓰기 전에도 시를 쓰고 싶어 시를 쓰는 지금도 경천동지의 전율을 준 정현종의 ‘섬’ 전문이다. 굳이 해석을 하려고 덤비면, 섬은 외로움 혹은 섞이지 못하는 기름과 물의 경계 그래서 절대 헤어날 수 없는 고통의 수렁, 아니면 소통을 하고 싶은데 건널 수 있는 마음의 다리가 없어 극도의 고립만 있는 소외의 공간, 그것도 아니면 누군가를 향한 그리움이 현실로 이어질 수 있는 슬프고도 희망에 찬 특별 장소. 하지만 길게 설명이 이어지는 순간, ‘섬’이 가지고 있는 무언의 비밀정원은 뚜껑을 연 본드처럼 거북해질 것 같다. 그래서 멍하니 바다를 보는 것처럼 먹먹하게 문장을 안고 있는 게 아프면서도 흐르는 대로 살아가고 싶은 존재라는 인식을 더 강렬하게 충동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숲해설가가 되고 난 뒤, 나무 이야기만 하기에는 풍성하지가 못해 곤충과 새를 공부하려는 욕구가 차오르게 되자 섬은 심리의 대상이 아니라 숱한 생명체를 알아봐야 할 답사지로 변모가 된다. 즉 죽음의 영역에서 어엿한 관광 코스가 된 시화호 방조제를 건너 대부도에 다다르고, 이어 구봉도라는 섬까지 배 한 번 타지 않고 들어가게 된 현실에서 섬 같은 시적 단어는 흔적 없이 증발되고 이제부터 거기서 무엇을 어떻게 봐야 할지 알기 어려운 마음보다 더 치열한 사고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처음 마주한 곤충은 메뚜기인데, 정식 이름은 팥중이란다. 잠깐 본 거 묘사할 수 없어 <곤충 쉽게 찾기> 설명을 옮긴다. “앞가슴등판에 ×자 무늬가 있다. 갈색의 얼룩덜룩한 메뚜기로 두꺼비메뚜기와 함께 ‘송장메뚜기’라고 부른다.” 송장메뚜기는 익숙하다. 무덤에 갈 때 보고 들었던 기억이 나서다. 그런데 콩중이도 있단다. <곤충 쉽게 찾기> 설명을 옮긴다. “앞가슴등판 가운데 융기선이 ‘풀무치’나 ‘팥중이’보다 훨씬 볼록 솟아 있다. 크기는 팥중이보다 크고 풀무치보다 작다.” 풀무치도 낯설지는 않다. 이름이 메뚜기 같아서다.

그런데 알고 보니 메뚜기라는 특정 곤충은 없다. “메뚜기(영어: Grasshopper)는 메뚜기목 메뚜기아목(Caelifera)에 속하는 곤충의 총칭 또는 보편적으로 벼메뚜기(Oxya chinensis sinuosa) 한 종만을 부르는 말이다"라고 한다. 참나무 같다. 참나무라는 특정 나무는 없고 떡갈나무, 신갈나무, 갈참나무, 굴참나무, 상수리나무 등을 묶어서 참나무라고 하는 것 말이다.

나무와 풀도 아직 모르는 게 더 많아 헤매고 있는데 곤충의 세계가 난공불락으로 다가온다. 그래도 시작했다고 허리 숙이고 보려는 데 훌쩍훌쩍 뛰어 사라진다. 쫓아갈 기운은 없다. 그래서 아는 것 같은 나무를 쳐다보고 모르는 것 같은 나무는 눈에 힘을 주고 보려는데, 호랑거미가 눈앞에 있단다.

거미는 가수 거미밖에 모르는데, 거미도 아니고 호랑거미란다. 이제 거미는 곤충이 아니고 절지동물이라는 차이에 접근해가고 있는데, 자주 들은 호랑나비도 아니고 호랑거미란다. 그래서 호랑거미를 알아보겠다고 곤충도감을 드는 데 여전히 길은 멀고 험하다. 나무와 풀을 넘어선 생명체들과 연결해나가는 것 말이다. 

오마이뉴스 연재물인 <단칼에 끝내는 인문학 곤충기>를 보니, “낮에 활동하는 호랑거미(긴호랑거미, 꼬마호랑거미)는 거미줄에 눈에 띄는 X자 모양의 흰띠(stabilimenta)를 만들어 놓는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 가능성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하나는 꽃이 반사하는 자외선을 모방하여 곤충을 유인하기 위한 목적이다.

두 번째는 새들이 거미줄을 알아차릴 수 있게 하여 충돌을 피하기 위함이다. 사고가 나면 자신도 위험할 뿐 아니라 끊어진 거미줄을 다시 쳐야 하므로 자원이 소모된다. 밤중에 활약하는 거미는 흰띠를 치지 않으며 오히려 새벽이 밝아오면 거미줄을 먹어서 다음날을 준비한다”라는 글이 있다. 최근 알게 된 무당거미처럼 우리나라에 많이 있다는데, 생소하면서도 오묘하다.

2018년 나무 공부 처음 할 때보다 머리를 짓누르는 강도가 세다. 그때 흰빛에서 자줏빛을 물들이고 있는 아름다운 꽃이 그늘에서 피어오르고 있어 자세히 보는데 낯설지는 않다. 그런데 이름이 떠오르지 않는다. 파리풀이란다. 뿌리를 찧어 종이에 먹인 다음 파리를 잡기 때문에 파리풀이라고 한다는데, 알아보니 파리도 숱한 종류가 있는 곤충이다. 자꾸 식물과 곤충이 연결이 된다. 전에는 인지하지 못한 영역이다.

숲해설가로 숲해설을 4년이나 하면서 무얼 공부했고, 무얼 나누었을까? 나무와 풀을 어느 정도 익힌 다음 곤충과 새는 나중에 하겠다는 목표가 무슨 소용이 있을까? 다양한 생물들이 지구 시스템을 지켜가고 있는데, 생물다양성만 의식하고 있을 뿐 그것이 무얼 의미하는지 핵심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겉돌기만 하는 지식과 감정이입으로 정말 뜨거워지는 지구의 온도를 조금이라도 체감은 하고 있는 걸까?

부끄러운 마음이 들어 참나무, 소나무 등에 눈길을 주며 위로를 얻으려는 수작을 부리다 다시 고개를 숙이는데, 가지에 실 같은 뭉치가 작은 열매처럼 부풀어 있어 멍하니 본다. 복먼지거미알집이란다. 방금 호랑거미 이야기 들었는데, 거미도 아니고 알집이라니, 그 안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가늠하려는 생각을 중단시킨다. 역시 숲은 아무 생각 없이 호흡에만 집중하며 걸을 때가 좋았다는 과거를 굳이 회상하려 애쓰면서.

 그래도 길은 이어지고, 출발지로 돌아가 집으로 가려면 걷고 또 걸어야 한다. 세상의 모든 것과 연결하려는 그 욕구에 야생의 까치박달, 헛개나무, 나도밤나무, 장구밥나무를 마주하는 즐거움이 연신 처음 듣는 곤충의 이름에 얹혀져 혼미함을 주어도 가고 또 가야 한다. 그러다가 우연한 호기심으로 돌돌 말린 나뭇잎에 웅크리고 있는 푸른큰수리팔랑나비 애벌레의 고혹적인 무늬에 입이 떡 벌어지는 황홀도 맛볼 수 있고, 역시 난생처음 마주하는 좀풍게나무 그늘에서 2년 전 답사한 영흥도 소사나무 군락지도 상상해 볼 수 있다. 곧 망각이 되어도 언젠가 다시 피어날 기억을 뇌세포에 뚝딱뚝딱 새겨 넣는 숲 공부는 삶에 탄력을 준다.

구봉도의 명물 할매바위와 할아배바위를 지나는데, 불쑥 깨달음이 온다. 멀리 인천 송도와 영종도, 그 너머 강화까지 품을 수 있었지만, 그 섬에서는 그 섬의 온전한 모습을 보고 느낄 수 없다는 것. 그 섬을 보려면 건너편 섬을 가야 한다는 것. 혹 정현종 시인이 말하는 사람들 사이의 섬이 반대편 섬은 아니었을까?

추석이 있는 9월이다. 여전히 많은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하지만, 고향을 찾는 대이동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 사이를 지나면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은 어떻게 될 것인가? 크게 관심은 없다. 다만 정치인들이 집안싸움만 하지 말고, 섬을 건너가 자기 섬을 보면 어떨까 싶다. 고립된 섬인지, 가라앉을 섬인지, 배를 타든 다리를 건너든 환영 인파가 몰리는 섬인지 깊은 성찰을 하라고. 그 섬에는 나무와 풀만 있는 게 아니라, 작디작은 무수한 곤충들도 살기 위해 온 힘을 다한다고. 아, 나부터 노력해야겠구나.

 

김서정작가=오피니언타임스
김서정작가=오피니언타임스

[김서정  작가 소개]
1990년 단편소설 <열풍>으로 제3회 전태일문학상을 수상하며 소설가가 된 뒤, <어느 이상주의자의 변명> <백수산행기> <숲토리텔링 만들기> 등을 출간했고, 지금은 숲과 나무 이야기를 들려주는 숲해설가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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