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본회의장.ⓒ출처=더팩트
국회 본회의장.ⓒ출처=더팩트

[오피니언타임스=박성복 파이터치연구원 부연구위원] 규제 완화는 윤석열 정부가 내세운 핵심 경제 정책이다. 지난 6월 발표된 ‘새 정부 경제 정책 방향’에서 가장 먼저 언급된 것이 규제 혁파를 통한 기업 활력 제고였다.

이를 위해 정부는 민관 합동 경제 규제 혁신 TF를 발족했다. 두 차례 회의를 통해 환경, 미래 차, 의료 분야 등의 규제 혁신 과제 86개도 발표했다.

2%대 저성장이 점점 굳어져 가는 상황에서 정부가 규제 완화를 최우선 과제로 꼽은 것은 매우 시의적절하다.

경제 성장률을 높이려면 노동과 자본을 더 많이 투입하거나 총요소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총요소생산성은 노동·자본 외에 규제나 기술 같은 요인들이 경제 성장에 얼마나 기여하는지를 나타낸다.

최근 우리 경제는 저출산 고령화가 심화하고 고금리까지 겹치면서 노동과 자본의 투입이 제한돼 있다. 그런 상황에서 경제 성장을 견인할 수 있는 게 규제 완화를 통한 총요소생산성 향상이다.

일례로 데이터 신산업에선 규제 때문에 제한적 데이터만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개인정보보호법, 신용정보법 등에 흩어져 있는 규제를 풀면 데이터 신산업 관련 기업들은 동일한 노동과 자본을 투입하고도 더 높은 생산성을 달성할 수 있다.

다만 한 가지 우려스러운 건 의원 입법을 통해 만들어지는 새로운 규제다. 정부가 규제를 완화, 폐지해도 국회가 법률을 제정해서 또 다른 규제를 만들어 버리면 헛수고가 된다.

지난 20년간 의원입원 발의 건수는 폭증하고 있다(그림 참조). 법안 발의 건수가 의정활동 평가 기준에 반영되는 탓이다.

역대 국회의원 법안 발의 건수.ⓒ국회의안정보시스템
역대 국회의원 법안 발의 건수.ⓒ국회의안정보시스템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16대 국회(′00년~′04년) 의원발의 법안 건수는 1651건이었으나, 20대 국회(′16년~′20년)에서는 2만1594건으로 13배나 증가했다. 21대 국회(′20년~′24년)에서는 임기가 절반 정도 지난 시점에서 이미 1만5646건이 발의돼 임기 말에는 2만6351건까지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의원 입법이 남발되면 규제도 덩달아 양산된다. 규제정보포털에 의하면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 중 규제를 신설하거나 강화 내용을 포함하는 법안은 3924건에 이른다. 발의된 법안 5건 중 1건이 규제를 담은 법안인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의원 입법이 아무런 규제영향평가 없이 발의되고 통과된다는 점이다. 정부가 규제를 신설하거나 강화하는 법안을 제출할 땐 규제의 타당성, 해당 규제가 미칠 파급 효과, 부작용 등에 대해 엄격하게 심사한다.

반면 의원 입법은 의원 10명 이상이 동의하면 규제영향평가를 생략한 채 발의할 수 있다. 의원 입법이 규제의 원흉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가 아무리 규제 혁파를 추진한다고 해도 국회에서 무분별하게 규제 법안을 쏟아내면 규제는 줄어들지 않는다. 윤석열 정부의 규제 완화 정책이 용두사미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기업 규제를 풀어주면서 의원 입법에 대한 규제영향평가를 실시해야 한다.

일본 교토대 경제학연구과 박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대구경북연구원 연구원 역임.

현 파이터치연구원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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